20세기의 아나키즘적 조합주의 (서문) - 바딤 다미에

서문

아나키즘적 조합주의는 세계 노동자 운동의 근본적인 경향성이다. 아나키즘적 조합주의는 노동자의 혁명적 노동조합이 국가가 없는, 자주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아나키즘적 조합주의는 역사 속의 아나키즘 운동에서 유일하게 대중적인 변형이었다. 이 운동은 20세기의 첫 10년이라는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변화의 시기에 일어나 그 힘을 얻었다. 국제 산업자본주의 체제의 '중심부'에서는 선진 산업사회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었고, '주변부'과 '준주변부'에서는 산업화 과정이 여전히 시작에 불과했다. 격심한 사회 변화의 속도는 노동자들에게 많은 고통을 주었고, 그들은 전통적인 직업과 삶의 형태를 포기하도록 강요했고, 고된 조건으로 공장으로 밀어넣어졌다. 이전의 농업노동자들은 그들이 수세기간 살아온 익숙한 삶의 형태를 바꾸도록 강요되었고, 이전의 숙련공들은 특정분야에 특화될 것을 요구받거나 비숙련공 취급을 받아야 했다. ‘대규모 사회’가 부상 한다는 조건 아래에서 인간인격의 소외와 원자화는 지대해졌고, 이에 노동자들의 의식은 상처를 입었다.

노동운동은 상당부분 산업 자본주의 체제의 대안 세력으로 탄생했다. 이탈리아의 사회학자 마르코 레벨리가 지적했듯이, “현대 국가는 처음부터 이 두 서로 대립하는 경향으로 서로를 상쇄했다.” 물론 이러한 반대는 좀 더 급진적으로 드러나거나(공장제도 도입에 저항한 영국에서의 러다이트 운동의 형태), 덜 급진적으로 드러나거나(노동자 상호지원 사회를 건설하여 사회적 영역을 장악하는 형태) 하였다. 하지만 거의 언제나 이 “초기” 노동운동은 산업화 이전 공방의 시대로부터 전래되어 온 자주성, 공동체적 삶, 집산주의의 정신에 기반해 있었고, 이를 통하여 공장이 내포하고 있는 전제주의에 반하였다. 노동의 분할은 아직 테일러주의적 세분의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였다.

자신의 노동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고, 그 노동이 생산과정 전체에서 어떠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지를 잘 이해하고 있던 숙련공들은 생산의 자기통제에 대해 생각해낼 수 있었다. 반면, 한편, 사회 통합에 관한 국가적 메커니즘은 아직 충분한 발전을 이루지 못했다. 오히려 사회 영역은 노동운동 조직에 의해 거의 완전히 통제되었고, 이는 자주경영적 대안으로 간주되기도 했다.

산업자본주의 체계의 해체, 제거, 또는 급진적 변혁을 목적으로 하는 급진적 경향은 당대의 사회적 현실에서 분명히 존재의 여지가 존재했다. 당대 혁명적 조합주의자들과 아나키스트들의 다수가 산업의 진보성에 대한 신화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던 것은 맞지만, 여전히 그들의 사회적 목표는 체계에 맞선 투쟁을 통해, 그 체계를 자주경영과 자유로운 합의에 기반한 사회구조로 “아래로부터” 대체해 내는 것에 있었다. 이러한 관점은 당대 노동대중의 요구와 충분히 호환 가능한 것이었다.

아나키즘적 조합주의를 중요하지 않은, 주변부적 현상이라고, “극단주의자 그룹”의 몰계급적 모험주의라고, 살롱 지식인들의 판타지라고 부를 수는 없다. 아나키즘적 조합주의는 스페인, 러시아, 프랑스, 일본, 아르헨티나, 스웨덴, 이탈리아, 중국, 포르투갈, 독일 등의 전세계에 퍼져있던 국제운동이었다. 아나키즘적 조합주의는 강력하고 건강한 사회적 근본과 전통을 가지고 있다. 아나키즘적 조합주는 수십만, 아니 수백만의 임노동자들을 조직할 수 있었다. 아나키즘적 조합주의자들은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봉기와 투쟁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여 그 투쟁에 지워지지 않을 자취를 남겼을 뿐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그들 자신의 가치, 규범, 관습, 상징을 가진 특별하고, 불굴의, 노동 계급 문화의 중심을 형성했다.

아나키즘적 조합주의의 이상과 전통은, 그리고 사업장과 지역적 자주경영에 대하여 내건 슬로건은, 다른 사회운동에 영향을 주었다. 이를테면 부다페스트의 노동자 평의회 운동(1956), 1968년의 학생과 청년 봉기, 1980-81년 폴란드에서의의 독립자치노동조합 “연대”, 아르헨티나의 “인민의회” 같은 것들 말이다.

아나키즘적 조합주의의 역사를 모르고서는, 세계의 역사에 관하여 충분히 이해할 수 없다. 지난 120년간 이루어진 인간성의 발전과 그 운명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댓글 쓰기

0 댓글